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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에게 주는 상장

기사입력 2019.04.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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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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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학기를 마치며 수강생들에게 백지를 한 장씩 나누어주었다. 의아해하는 수강생들에게 그 백지에 ‘나에게 주는 상장’을 만들어보라고 했다. 술렁이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모두들 당황하는 것 같았다.

     

    조금 후에 한 수강생이 울먹이며 “눈물이 나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언젠가 “나는 나를 위해 살지 못한 것 같아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는 부모와 형제들을 위해 살았고, 결혼해서는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살았고, 그리고 성도들을 위해 살았어요”라고 했던 사람이다. 

     

    어떤 수강생은 탄식하듯 “내가 나를 칭찬하는 데 이렇게 인색할 줄 몰랐어요”라고 했다.

     

    이 강의를 수강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교회 사모들이다. 그녀들은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결혼 후 사모로 살면서 오십의 나이가 되도록 한 번도 영화관에 가본 적이 없다는 사모도 있고, 시골 교회에서 온갖 험한 일을 도맡아서 했다는 사모도 있고, 탈출하고 싶어서 공부하러 온다는 사모도 있고, 암을 앓고 있는 사모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을 칭찬하는 상장을 쓰라는 말에 선뜻 쓰지 못하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는 얼굴을 하고는 망연히 앉아 있거나 울컥 올라오는 것이 있는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나에게 주는 상장’을 큰 소리로 읽어보라고 했다. 상장을 읽어가는 그녀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녀들은 서로를 위해,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 박수를 쳤다. 때로 인생의 한 시점을 보낼 때마다 지금까지의 세월을 덧없이 보낸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제대로 살지 못하고 보내는 것 같은 세월이 회한으로 남기도 한다. 칭찬 받을 것 없는 삶을 산 것 같기도 하다. 그럴 때 ‘나에게 주는 상장’을 써보자.‘잘 살았다. 여기까지 참 잘 왔다.’


    그렇게 나를 끌어안고 칭찬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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