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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

기사입력 2019.05.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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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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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

     

    택시를 탔다. 차 안이 정결했다. 중년의 기사도 단정한 차림새였다. 목적지를 이야기했더니 “어느 길로 가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요즘은 기사 마음대로 가서는 안 되고 꼭 손님이 가자는 길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택시를 탔는데 행선지가 조금 멀면 운전기사의 인생스토리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날 운전기사는 자신이 택시운전을하게 된지 7개월이 되었다고 했다. 30년이 넘게 은행에 다니다가 사표를 내고 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카드 판매 실적을 내야 하는데, 무슨 일이건 실적으로 압박하는 통에 그 스트레스로 가슴이 턱턱 막히곤 했다고 했다. 출근하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그래도 처자식 먹여 살리자는 마음으로 30년을 넘게 참았다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잘나가던 같은 직종의 친구가 쓰러졌다는 말을 듣고 병문안을 갔다고 한다. 반신불수가 되어 말도 못하고 누워 있는 친구를 보니, 마치 자기가 그 자리에 누워 있는 것 같아서 사표를 내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적 위주의 한국에서는 참 살기 힘들다고, 자신은 요즘 운전을 하면서 너무 편하고 좋다고 했다. 그는 실적 위주의 상황에서 벗어난 자유를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인택시 기사를 하기 위해 실적을 올리려고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어느 지역에서 손님들이 택시를 잘 타는지를 파악하기도 하고, 손님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을 돌고 또 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실적 위주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나 그 자신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차이점은 분명하다. 이전에는 상황에 끌려 다녔지만 이제는 자신이 상황을 끌고 다니기 때문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다행히 환경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자식들도 다 키웠고 그런대로 살 만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도 어쩔 수 없이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에게 직장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해보면서 긍정적인 관점을 바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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