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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찾기

기사입력 2019.06.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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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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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

     

    외국에서 사업을 하는 동생이 어려운 문제가 있어 귀국을 했다. 작은 기업체를 운영하는 동생은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대기업인 갑의 횡포에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그 문제를 싸들고 들어왔다. 어떤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아 안타깝고 마음이 무거웠는데, 어느 날 동생이 우리 집 아파트 창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참 아름답다”고 말했다. 아파트 놀이터 주변에 곱게 든 단풍을 보며 말한 것이다.


    동생은 어려운 투쟁의 상황에 지쳐 있었음에도 단풍을 보고 아름답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리고 아침이면 놀이터의 단풍을 내려다보면서 날마다 아름답게 변하는 그 모습에 경이감을 느끼고, 길을 걷다가 보는 담쟁이 넝쿨, 얼굴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세상이 아름답게 여겨지고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동생이 감동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고대 유럽 신화에는 고래도 춤추게 하는 뛰어난 악사의 이야기가 있다.

     

    악사는 외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엄청난 상금을 타게 된다. 배를 타고 귀국하던 중 상금을 노린 뱃사공들에 의해 바다에 수장될 뻔 했으나 살아나게 되었다. 붙잡힌 뱃사공들은 사형을 언도받았지만 악사의 간청으로 사형은 면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사형보다 더한 최악의 벌이 떨어지는데, 그것은 ‘무엇을 보든 무엇을 듣든 감동을 느낄 수 없기를!’이라는 저주였다.


    아름다움을, 감동을 느낄 수 없다면 삶은 그저 생존일 뿐이다. 성경의 첫 장은 감동으로 시작된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며 연신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감동하셨다. 첫 사람 아담도 하와를 보고 감동했다. 그러나 창세기 3장에서 그 감동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만다.


    지고 있는 인생의 짐이 너무 무거워 지쳐 있는 이들, 이 가을에 잠시 비켜서서 하늘을 보자. 그리고 제 삶의 빛을 아름다움으로 토해내는 단풍든 나무를 보자. 기어가는 삶이 힘겨워 서로 서로 엉겨가며 담을 덮는 담쟁이를 보자. 얼굴을 스쳐가는 바람을 느껴보자. 당신에게 감동을 주는 이 계절을 놓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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