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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항아리

기사입력 2019.07.0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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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기독교치유상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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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인숙 교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 그녀가 투병중이라 걱정을 하며 나갔는데 의외로 이전보다 더 건강해 보였고 활기찼다. 그녀는 요즘 행복하다고 했다. 투병 중이고 부요했던 환경이 갑자기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면서도 그녀는 편안하다고 했다. 오히려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고 했다. 돈이 있고 건강했을 때는 다툼이 많았는데, 요즘은 부부가 다시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가 ‘여섯 개의 항아리’ 이야기를 깨닫게 된 것 같다. 그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왕의 이발사가 있었다. 이 이발사는 항상 즐거운 얼굴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 왕도 부러워 할 즐거운 얼굴로 휘파람을 불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길을 가던 이발사가 여섯개의 항아리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항아리 안에는 황금이 들어 있었다. 뜻밖의 행운에 이발사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는 더 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다섯 개의 항아리에는 황금이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여섯 번째 항아리는 황금이 반만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이발사는 계속 반만 채워진 항아리에 신경이 쓰였다.


    채워지지 않은 반을 채우지 않으면 만족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황금이 가득 채워진 다섯 항아리는 보지 않고 날마다 반만 채워진 여섯째 항아리만 들여다보며 어떻게 하면 이 항아리를 황금으로 다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휘파람을 불던 그의 모습은 사라지고 불행이 그의 얼굴을 덮었다. 어느 날 왕은 이발사의 초라해진 몰골을 보더니 “자네도 나처럼 여섯 번째 항아리를 가지게 된 모양이군”이라고 말했다.


    채워지지 않은 여섯 번째 항아리는 인간의 욕구인지도 모른다.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울 수 없는 것, 그 욕구로 인해 이미 가득 채워진 소중한 다섯 개의 항아리를 볼 수 없고 만족할 수도 없도록 하는 것, 우리가 채우고 싶어 하는 것이 소유이든 권력이든 욕구라 이름 붙여지면 여섯 번째 항아리처럼 채워질 수가 없는 게 아닐까?


    나의 지인인 그녀는 여섯 번째 항아리의 비밀을 체험한 것 같았다. 그래서 채우려 애썼던 여섯 번째 항아리에서 눈을 떼고 다섯 개의 항아리에서 행복을 찾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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